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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4일 금요일 푸름이 겨울 환경캠프 둘째날
이틀째 아침, 6시30분이 될 때쯤 벌써 아이들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 밤늦게까지 책도 보고 발표도 하고 퀴즈까지 신나게 해서 모두들 많이 피곤했을 텐데... 캠프에 와서 마음이 들떠 있는지 정말 일찍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고 자발적으로 세수도 하고 고학년 아이들이 중심이 되서 이불정리까지 마찬다. 정말 대견스럽다.
7시30분, 마당에 집결. 한드미 마을의 아침은 광주보다 훨씬 춥다. 손끝, 발끝까지 얼어붙어 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힘찬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나누고, 2,3모둠 선생님 지도하에 “올챙이 노래(??)”에 맞춰서 아침체조를 한다.
8시부터 아침식사를 먹으러 마을회관으로 이동. 4,5,6모둠이 먼저 출발, 30분 뒤에 1,2,3모둠이 출발.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은 다음, 아이들은 숙소 뒤에 만들어진 자연 얼음장에서 썰매타기와 스케이팅을 즐긴다.
모두들 신나게 스케이팅을 즐긴 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9시20분이 돼서야 강당에 모두들 모였다.야~! 이번 캠프의 주요 프로그램인 마을탐사가 시작이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가 탐사를 기획하고, 자유롭게 마을을 탐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아이들이 모둠별로 탐사지령서를 받은 다음, 1시간 정도 아이들끼리 탐사 스케줄을 꼼꼼히 계획한다.
탐사지령서에는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다.
1. 지도에 표기된 포스트 중, 자기 모둠 주제와 관련된 사진을 10장 찍어 오세요.
2. 자기 모둠주제 관련 환경보호 실천 활동사진을 5장 찍어 오세요.
3. 마을 어르신과 함께, 2장의 사진을 찍어 오세요.
4. 마을에서 고치고 싶은 곳의 사진을 5장 찍어 오세요.
5. 마을에서 보존하고 싶은 곳의 사진을 5장 찍어 오세요.
6. 모둠 친구들과 함께 멋진 포즈로 다함께 모둠 사진을 1장 찍어 오세요.
그리고 필수탐사 코스로 다음 4군데가 정해져 있다.
1. 말판게임(지구의 온도를 낮춰라), 전통체험관으로 오세요.
2. 자연의 사진사, 야생화공원으로 오세요.
3. 즐거운 점심시간(마을탐사도 식후경), 마을회관으로 오세요.
4. 전통먹거리 체험, 노인당으로 오세요. 환경노래를 만들어서 발표, 통과된 모둠은 간식을 먹을 수 있다(마을 어르신들이 만들어주신 인절미와 식혜).
활동계획을 세우고 검사를 통과한 모둠은 힘있게 마을탐사에 나선다. 지도를 보면서 이곳저곳 다른 곳도 들리면서 흥겹게 마을을 돌아다니는 아이들 목소리가 마을 여러 군데에서 들려온다. 어떤 모둠은 물레방아에 붙은 얼음을 떼어 먹느라 그 자리를 떠나지를 않는다. 여름에 먹는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있는 자연형 얼음과자다. 또 어떤 모둠은 수레에 재미가 붙어서 수레타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가하면 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아예 등산을 즐겨버리는 모둠도 있다. 얼어붙은 강물을 한번 만져보고 싶어서 강가로 내려가서 노는 모둠, 마을 어르신과 함께 도끼로 장작을 패는 모둠, 모두들 각양각색으로 신난 시간을 보낸다.
4시경에 탐사를 다 마친 아이들은 숙소에 돌아가서 주변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탐사 사진을 제출하고 모두들 바로 다시 자연 얼음장으로 달린다. 1시간 정도 논 다음, 저녁시간에 있을 발표회 준비에 착수한다. 저녁식사를 마쳐서 다시 발표회 준비, 그리고 탐사사진을 모두 정리해서 빔으로 공개, 모둠별로 찍은 사진과 모두를 찍은 사진을 꼼꼼히 살펴본 다음, 잘 찍은 사진을 골라서 마을지도를 만든다. 사진을 대형마을지도에 붙여서 지도를 멋지게 꾸미는 작업이다. 완성된 지도는 내일 마을을 떠날 때 마을주민들에게 선물로 드릴 계획이다. 선물로 드린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더 열심이다. 사진에 하나하나씩 캡션도 달고 예쁘게 꾸며간다. 8시를 넘어서야 드디어 대형마을지도가 완성. 그 다음에는 오늘 탐사를 마무리하는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연극, 뉴스 형식으로 발표를 진행, 모둠별로 오늘을 돌아보고 모든 친구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캠프의 클라이맥스, 모닥불 축제가 이어짐. 모두들 다시 한번 옷을 따뜻하게 입고 밖으로 나간다. 마을 이장님이 장작을 쌓아서 모닥불 준비를 해주시고 맛있게 감자도 구워주신다. 모닥불이 주변 공기를 따뜻하게 한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서 꿈꾸다 선생님의 신난 사회로 장기자랑이 시작된다.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 개그맨을 흉내 내는 친구들... 시간이 흘러가고 슬슬 불이 잔잔해지자 준비한 감자를 불에 넣는다. 모두의 관심은 감자에 집중된다. 하지만 감자가 익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불이 약해지면서 점점 추워진 공기에 방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숙소로 향한다. 처음 먹어보는 군감자 맛이 궁금한 친구들은 추운 것도 잊은 채 끝까지 남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드디어 군감자가 완성,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고 기다린 친구들은 얼마나 맛있는지 2,3개씩 먹는다.
이제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 시간. 오늘 하루의 일들이 우리 아이들의 기억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어떤 일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간직하게 될까? 알차게 보낸 하루 뒤로 아이들의 꿈나라 여행은 깊어져간다.
글:오하라 선생님 (광주환경운동연합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