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지구별 여행학교-필리핀 편 (참가학생_하지인)

 
2014 지구별 여행학교 2기 참가자 / 아네스 하지인(부평1동 성당, 고2)
 
DAY 1
성당에서 필리핀에 가는 행사를 마련해서 필리핀에 가게 되었다. 사전모임을 한번 밖에 가지 못해서 제대로 아는 것 없이 가게 되어서 너무 많이 걱정 되었다. 떠나기 전에 설렘, 도착한 이후 새로운 곳에 왔다는 기쁨과 주위에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필리핀에서의 첫 식사는 닭 날개, 밥, 또띠아 비슷한 음식과 아이스티 그리고 카레라면 비슷한 음식이었다. 또띠아는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익숙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데 어린 남자아디들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돈을 주지 말라고 해서 줄 수 없었는데, 그 아이들의 눈을 외면하기 너무 어려웠다.
 
바세코에 도착해서 '카발리캇'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망그로브 나무 심기를 했다. 쓰레기 사이에서 자라나는 나무가 너무 신기했다. 바세코의 아이들은 다 헐은 옷을 입고 좋지 않은 집과 하수 시설도 좋지 않아 물웅덩이와 쓰레기 가득한 곳에 맨발로 서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하던 아이들의 그 미소를 잊을 수 없다. 바세코를 떠나 우리의 첫 숙소인 아시안브릿지에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좋은 시설과 친절한 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있어서 좋았다. 첫 하루나누기의 시작을 내가 하게 되어서 뜻 깊었다.
 
DAY 2
새벽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피곤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을 먹고 바세코로 출발에서 가는 동안에 도로에서 독특한 교통수단들을 보았다. 바세코에 도착해서는 9살 정도 된 아이들과 각각 짝을 지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내 짝은 셜린이었다. 정말 예쁘고 착한 아이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속상하고 아쉬웠다. 과자를 사주어서 챙겨주는데 치마 한쪽주머니에 구멍이 뚫려서 다른 주머니 한쪽에 계속 넣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헤어지기 전, 안아주었을 때도 놓치기 싫은 것처럼 꼭 안아주고 따갈로그 말로 말을 해주는데 꼭 듣고 싶어서 선생님께 해석을 부탁하였다. 그 말은 있다가 또 보러 오겠다는 말이었는데 들으면서 오히려 내가 보내주기 싫었다. 그쪽에서 준비해주신 점심을 먹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아 많이 먹진 못했다.
 
오후에는 ‘지구별 운동회’를 하였는데 어린아이들이 강남스타일을 알고 춤도 열심히 따라 추었다. 여러 가지 활동들 모두 열심히 참여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정든 아이들과 다같이 바비큐 파티를 하고 또 아쉬운 이별을 하였다.
숙소로 이동하여 수영을 하기로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휴일이라 우리는 예정에 없던 트라이시클을 타고 시장으로 갔다. 로스비 선생님과 함께 하였는데 선생님이 실제 필리핀 분이시어서 여러 가지 색다른 과일들(망고스틴, 잭푸룻, 파파야, 망고 등..)과 길거리 음식을 먹어볼 수 있게 해 주셨다. 역시나 이곳도 구걸하는 아이들이 손을 내밀고 있었는데, 또다시 외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와본 나라의 처음 보는 장소에 왔더니 로스비 선생님의 손을 놓을 수 없어서 꼭 잡고 다녔다. 로스비 선생님도 딸 같다고 하시면서 내손을 놓지 않고 같이 다녀 주셨다. 마트에도 갔는데, 우리가 산 아이스크림이 그곳에서 쌀 1Kg보다 더 비싸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과 즐겁게 놀았는데 정말 큰 바퀴벌레가 나와서 무서워서 뜬눈으로 밤을 새고 말았다.
 
 
DAY 3
아침에 파파야를 먹었는데 생각처럼 달거나 그런 맛이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다. 밥을 먹고 FDC Office에 가서 앙갓댐 설명과 댐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ODA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나가서 사진을 찍는데 어떤 아이가 노란 망토를 입고 슈퍼맨 놀이를 하고 있었다. 영웅놀이를 하던 우리나라 아이들이 생각나 저절로 엄마 미소가 띄워졌다. 오후에는 '인트라무로스'라는 유명한 유적지에 가서 스페인이 300년 동안 필리핀을 식민지 지배 하던 시절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서대문 형무소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모습이 담겨 있지만 이곳처럼 많이 보존 되어있진 않았는데 이곳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이런 점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페인 귀족이 살았던 집을 들어가 구경을 하였는 데 엄청 호화롭고 좋아 보였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사람들도 이런 곳에 살았을까 싶은 궁금증도 들고 남의 나라에 쳐들어 와서 자기들만 호화롭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화도 났다. 다음엔 박물관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하고 성어거스틴 성당에도 가보았다.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그리고 성당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이쁜 성당에서 결혼을 하다니 너무 부러웠다. 산티아고 요새에 가서는 이곳 저곳 사진도 찍고 좀 높은곳에 올라가 파시그강과 마닐라 도시를 보고 왔다. 단체로 관광 온 한국인들을 만나서 반가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닐라대학교에 잠시 들러서 유명한 꼬치구이집에서 간식으로 꼬치를 사서 먹었는데 여기도 구걸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먹고 근처 수영장에서 다같이 배구도 하고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DAY 4
아시안 브릿지를 떠나는 날, 너무 잘해주시던 분들한테 인사도 잘 못하고 허겁지겁 와버려서 너무 아쉽고 죄송했다. 이제 막 익숙해지기 시작한 곳을 떠나 블라칸으로 갔다. 첫번째 목적지는 롤롬보이에 있는 성 김대건신부님 기념 성당이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원래 준비되어있던 영어 미사가 아니라 따갈로그어로 현지 주민들과 함께 미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다른 방식의 미사가 신기했다. 현지 신부님께서 특별히 우리의 방문과 남은 여행을 위한 축복과 함께 기념 묵주도 선물해주셨다. 미사 후에는 한국인 수녀님을 만나 '성 김대건 신부 성지'에 가서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듣고 신부님의 손뼈가 있는 곳에 가서 기도도 드리고 성물방에 가서 묵주 팔찌도 샀다.
 
 
다음 일정이 있는 앙갓 지역의 사립가톨릭학교 CSMA로 가는데 필리핀 종교(이글레시아 니 그리스도) 100주년 기념 행사로 길이 엄청 막혀서 예상보다 훨씬 늦게 도착하였다. 할로할로(필리핀식 팥빙수)를 먹고 만나기로 한 CSMA 친구들을 보러 가는데 우리가 늦게 도착해서 친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요일에 학교도 나왔는데 우리를 기다렸다고 하니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밝게 웃어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바세코에서처럼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했는데 나이가 많은 친구들이라 그런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좀 더 잘 어울릴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메일과 페이스북 아이디를 받고 재활용 화분도 만들었는데 우리가 만든 화분이 상을 타서 너무 기뻤다. 저녁으로 통돼지구이랑 코코넛 주스를 먹었다. 또 먹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짝꿍한테 학교 구경을 시켜 달라 해서 돌아봤는데 친구가 짝꿍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미안했다. 다른 애들은 잘 대화하는데 나는 영어를 잘 못해서 짝꿍혼자서만 계속 말했다.
아쉬운 헤어짐을 뒤로하고 어느새 어둑해진 시골길을 따라 GK 농장이라는 새로운 숙소로 갔다. 이곳은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 오가닉 농장과 함께 집이 없던 사람들에게 살 곳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운영되는 곳이라고 한다. 그나저나 조명도 별로 없어서 캄캄한데 숙소 건물은 다 떨어져 있고, 우리 숙소는 너무 안쪽에 있어서 무서웠다. 그나마 직원 분이 숙소를 바꿔주셔서 따로 떨어질 뻔했던 아이들과 다 같이 방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루를 돌아보니 다양한 일들을 경험한 하루였다. 그중에 하나를 뽑자면 그곳 현지아이들과 한류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서로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DAY 5
우리 숙소이기도 한 GK 농장은 필리핀 NGO인 GK(Gawad Kalinga)가 만든 사회적기업 농업공동체라고 한다. 이곳은 친환경 농법으로 작물들을 키워서 지렁이로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엄청난 양의 지렁이를 한손에 올려놓은 아저씨가 우리한테도 해보겠냐고 물어보셨는데 너무 징그러웠다. 그 와중에 남자애들은 자기 손에 올려보기도 했다. 농장 구경을 한 뒤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굉장히 예쁜 수영장이었다. 물이 좀 깊긴 했지만 애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았다. 점심 시간 후에 휴식 시간을 가진 다음에는 전체적으로 GK 농장을 구경했다. 영어를 정말 잘 하시는 대만에서 온 현지 스텝 분이 우리팀의 농장 투어 설명을 맡아주셨다. 길 가에 있는 풀들이 알고 보면 다 먹을수 있는 것들이라서 스텝 분의 안내에 따라 실제 먹어보기도 하였다. 이곳이 친환경적으로 유지되어서 그런지 태양열발전기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인 현대에서 후원해서 지어진 친환경 건물이 있었는데 한국 사람이라는 게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뿌듯했다. 마지막 투어는 농장 내에 있는 주방에 가서 땅콩잼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만들어진 땅콩잼도 너무너무 맛있었다. 
 

GK 농장 구경을 마친 후에는 미리 준비 된 지프니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처음 타 본 지프니는 정말 재밌었다. 트라이시클이랑은 또 다른 색다른 교통수단이었다. 지프니를 타고 오후 동안 세 팀으로 나누어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미션은 우리나라와 다른 점과 공통점 다섯 가지씩을 찾는 거였다. 첫번째 시작은 공동묘지였다. 필리핀은 땅속에 관을 묻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땅 위에 관을 올려 놓고 대리석 같은 걸로 감싸 놓았는데 어떤 것은 철창 같은 걸로 주위를 둘러놓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 놓고 또 어떤 것은 그냥 대리석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차이라고 했다. 무덤에서조차 빈부격차가 보여서 너무 안타까웠다. 이 곳 공동묘지에 로스비 선생님의 어머니 무덤이 있었는데 초를 붙이고 함께 기도를 드렸다. 앙갓 시내 중앙에 있는 모니카성녀가 있는 성당에도 가보았는데 무슨 금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금으로 장식되어 있었서 화려했고, 천장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따라 그려서 꾸며져 있었다. 이곳에서 로스비 선생님과 성리혁수 선생님께서 결혼하셨다고 했는데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성당에서 나가 시장을 구경하는데 각 팀별로 필리핀 자원봉사자 분들이 안내를 해주셨다. 우리 팀은 '니뇨'라는 분이랑 함께 했다. 저번에 갔던 시장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건물 안에 있는 시장이었는데 이것저것 신기하고 구경할 거리도 많았다. 시장 길목에서 컵치킨도 사먹고 편의점도 갔다. 이것저것 산 다음 다시 지프니로 올라타서 앙갓강으로 가서 강가 근처를 구경하다 왔다. 오래된 집에 마련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잠시 시간이 남아 동네를 둘러보았는데 미용실이 정말 많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하루나누기 시간에 오늘 미션 수행의 결과물을 각 팀별로 발표하기로 했는데 우리팀은 내가 찍은 사진으로 발표를 했어야했는데 사진이 너무 많아서 아이들에게 다 보여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발표도 마치고 나니 오늘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오늘이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잠을 자는 날이라서 우리끼리 방에 모여 재밌게 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가 잘못한 점들도 이야기하면서 밤이 깊도록 우리들만의 마지막 밤을 나누었다. 벌써 내일이면 필리핀을 떠난다니 너무나도 슬프다. 하지만 아쉬운 밤도 함께 있으니 즐거웠다.
 

DAY 6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아이들과도 친해진 것 같다고 생각한 시점에 벌써 이곳을 떠난다니 아쉬움이 너무 컷다. 조금만, 며칠만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오늘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진짜 후회 없이 잘 보내고 싶었다.
아침을 먹고 앙갓댐으로 가는 길. 앙갓댐은 수도 마닐라에 물을 공급해주는 곳이라고 했다. 1,3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마닐라에 말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물이 있나 보다. 이 곳 앙갓댐이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식수원이라 중요한 곳이라서 그런지, 안에 들어가는 데만도 경비 초소를 세 번 정도 통과 했던 것 같다. 앙갓댐은 수도민영화를 해서 한국수자원공사가 이곳에서 물로 전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이런 곳까지 뻗어있다니 신기하긴 했지만 민영화되면서 외국 자본인 우리나라 수자원공사가 들어온 것도 돈을 벌기 위함일 것이다. 민영화 때문에 물 값도 비싸졌다고 했다. 도시빈민지역인 바세코 같은 곳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댐이 주는 좋은 장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들도 참 많다고 했다. 일단 엄청난 크기의 댐을 만들어야 하니 자연도 파괴될 것이고, 주변 지역에 안개로 인한 피해도 생긴다. 그리고 혹시라도 댐이 고장 나서 댐에 있는 물이 다 아래로 내려가버린다면 아주 많은 곳이 침수된다고 했다.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드는 댐인데 좋은 점들도 있겠지만 이런 피해를 감수해가면서 불필요한 댐들을 꼭 지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앙갓댐 견학을 마친 후에는 이 곳 게스트하우스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주요 메뉴는 생선 요리였다. 필리핀식 젓갈도 있었다. 속도 좋지 않고 입맛에도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먹을 걸 싶다. 모두 다 내 마음에 드는 음식만을 먹을 수는 없는 건데 불평을 하고 먹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불평 없이 열심히 먹었는데 말이다.
 

식사를 하고 이제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행선지인 수도 마닐라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라고 하는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 MOA)에 간다. 필리핀의 강남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마카티(Makati)라는 동네를 먼저 돌아보았는데, 우리나라보다 좋아 보이는 건물들이 눈에 많이 보였다. 이쪽은 정말 잘 사는 사람들만 있는 곳인가 보다. 명품이 즐비한 이 곳 백화점은 시설도 한국의 백화점보다 좋아보였다. 바세코 같은 빈민지역과 비교했을 때 너무 극과 극의 공간에 와 있었다. 백화점 안에 있는 아이들은 유명브랜드의 상표의 옷을 입고 지나가고 있었는데 구멍이 나 있는 옷을 입고 있던 바세코 아이들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팠다. 백화점 안에 성당까지 있어서 성당도 들렀다가 나와서 MOA로 갔다. 네 조로 나누어 각각 1,000페소를 가지고 우리끼리 밥을 먹었다. 이곳저곳 다 가보았는데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 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이곳은 치킨과 밥을 먹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쇼핑몰이 정말 커서 슈퍼마켓을 찾는데도 몇 번을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건물이 여러 개 연결되어 있어서 한 건물을 나서서 다른 건물로 가려면 가지고 있는 짐과 함께 보안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경비가 삼엄했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슈퍼마켓에서 말린 망고랑 친구들 줄 선물들을 사고 성물방에 가서 묵주팔찌도 샀다. 이제 필리핀 돈을 쓸 일이 없어서 모두 다 그 곳에서 쓰고 나왔다.
이제 공항에 가서 한국으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필리핀을 눈에 열심히 담았다.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고 어쩌면 다시 올 수 없는 곳이어서 떠나기가 싫고, 이 곳을 더 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공항이 너무 가까워서 금방 도착해버렸다. 비행기 탈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조그마한 면세점에서 아이들이랑 음료수를 사 먹으며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모두들 피곤해서 곤히 잠든 동안 한국에 도착했다. 꿈을 꾼 듯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필리핀에 다녀온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금방 한국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간이 참 금방 갔다.
 
필리핀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했던 것 같다.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많이 생기고 내 생각과 가치관에 변화도 있었다. 20명의 학생들이 갔는데 일주일 동안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여자  다섯, 나머지는 다 남자여서 그런지 여자인 우리를 위해 많이 도움을 주고 배려해 주었던 것 같다. 아이들끼리 서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약간의 충돌이 있긴 했지만 우리 스스로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좀 더 돈독해 지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이후에도 서로 사이좋게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필리핀에서 알게 된 필리핀친구들과도 꾸준히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필리핀 지구별 여행학교를 통해서 소중한 관계를 형성하여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좋다.
 
필리핀에 있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항상 웃는 그곳의 아이들이었다.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맨발로 쓰레기 더미 위에 서서 웃으며 인사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 바가 참 많았는데 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떨어진 옷을 입어본 적도, 쓰레기 더미 위에 집을 짓고 산적도 없었는데, 늘 너무나도 많은 불만 속에 살아온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불평 없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는데 나는 내가 불행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제는 좀 더 긍정적으로 불만 없이 그 아이들처럼 밝게 웃으면서 살아가야겠다. 작은 일에 맘에 안 드는 일이 있다고 짜증 내지 말고, 내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함부로 화를 내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을 느끼며 살아야겠다.
 
환경에 대한 생각들도 많이 했었는데 ‘물’에 대한 부분이 컸던 것 같다. 앙갓댐 그리고 바세코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우리나라는 그 어디를 가도 물이 잘 나와서 물이 귀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빗물도 모아서 쓰고 있었다. 그리고 물도 굉장히 힘들게 끌어다가 쓰고, 그것마저도 수도 민영화 때문에 비싸게 끌어다가 쓴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뭣도 모르고 수돗가가 없어서 그냥 생수로 손을 씻거나 그런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그러지 말라고 했었다. 여기서는 귀한 물인데 우리가 무심코 저지른 행동이 현지 주민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하셨다. 바세코에서 짝꿍이었던 셜린도 우리가 준 생수를 손에 꼭 들고 갔었다. 우리가 함부로 물을 쓰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놀랐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인데 그동안 너무 물을 함부로 써 왔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물을 아껴 써야겠다.
 
필리핀에 함께 갔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다섯, 고1이 한명, 나머지는 모두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고2였던 우리가 좋은 모습들을 보여줬어야 했었는데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바로 잡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행동들을 같이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계속 만나야 하는 데 이젠 좀 아이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좋은 언니, 누나가 되어야겠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음식이나 숙소에 대한 불만 없이 지내고 그 나라의 문화를 더 많이 체험해야겠다. 그리고 다음에는 꼭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말도 잘 통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필리핀에 있었던 일주일동안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있었고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 그리고 나를 가장 어렵게 만들었던 다른 언어가 있는 이곳에서 불편한 점도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즐겁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 온 것 같다. 이 여행을 통해서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 너무나도 기쁘다.
 
필리핀 지구별 여행학교! 살라맛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