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내 발길이 닿는 곳에 흔적을 남기지 말자 (나효우 (주)착한여행 대표이사)

내 발길이 닿는 곳에 흔적을 남기지 말자
 
나효우 사회적기업 ㈜착한여행 대표이사
 
 
단풍이 물드는 가을입니다. 산과 계곡에는 단풍놀이와 계곡 바람에 무더웠던 여름을 씻어내는 나들이객들로 붐빕니다. 요즘 같은 온난화 시대는 여름이 끝나면 금방 겨울이라, 짧은 가을 정취를 잠시나마 맛보기 위해 서둘러 산과 계곡을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찾는 이들도 한해에 1천만 명이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하루에 3만여 명이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해외 오지를 가도 한국 관광객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학교와 집에서 쌓인 온갖 스트레스를 벗어나 잠시나마 낯선 곳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여행에는 “다음 기회”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 시간이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영영 찾아볼 수 없는 곳도 세상에는 많습니다.
 
동남아시아에는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동남아시아 3대문명 발흥지를 꼽습니다. 버마의 바간, 인도네시아 아체, 그리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가 바로 문화역사 유적지로 한번쯤 가봐야 할 곳입니다. 이중에 앙코르와트의 유적지는 1천여 년의 역사와 함께 불교와 힌두교의 종교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당시의 일반 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에 꼭 가봐야 할 곳을 손꼽습니다. 앙코르와트 사원 유적지 중에 나는 “따프롬”사원에 매료되어서 몇 번이고 방문을 했었습니다. 특히 따프롬 사원 유적지를 복원하는 현장 소장님을 알고 있어서 여행자들과 함께 소장님의 유적지 복원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철과 알류미늄 성분이 강한 라테라이트(홍토)와 사암으로 만들어진 사원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풍화와 침식, 그리고 스펑나무가 그 위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 웅장한 앙코르와트의 모습 - (사)환경교육센터
 
라테라이트는 열대기후지역에 생성된 토양인데, 수개월간 계속되는 우기철에 내리는 비로 인해 토양은 떠내려가고 비교적 무거운 성분인 철, 알류미늄 등 성분들이 남게 되고 다시 산화과정을 거치면서 라테라이트라는 단단한 석재로 탄생됩니다. 그리고 약간의 습기만 있어도 뿌리를 내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스펑나무가 구멍이 숭숭나있는 라테라이트에 뿌리를 내리고 결국은 인간이 만든 거대한 사원위에 우뚝 서 있습니다. 사원 복원 소장님은 이 나무를 자르면 나무가 죽게 되고 결국 나무의 뿌리와 함께 어울러져 있던 석조물도 함께 무너지게 될 것이기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완전한 복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사원의 스펑나무. 오랜 세월을 거친 문명과 자연의 조화 - (사)환경교육센터
 
 
자연의 복원과정을 지켜보게 하는 것도 중요한 복원이라고 하는 소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전체 사원을 복원할 수 있는 곳은 최대로 복원하되, 교육을 위해 일부러 무너진 곳도 남겨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인간의 역사유물과 자연의 조화로운 역사를 눈으로 직접보고 이야기를 듣는 여행은 감동이 더욱 큽니다.
그런데 이 스펑나무에 어쩌다 선명한 한글 글씨로 쓰여진 이름들을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하나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 살아있는 천년의 나무에 흔적을 남긴 것입니다. 예전에도 사람들이 산 바위에 이름 석자를 남겨두고 자랑스러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이었는가 생각하면서 얼굴을 붉힙니다. 하물며 천년의 나무에 그렇게 한글을 남겨서 지구촌 사람들의 부끄러운 손가락질을 받아서야 할까요?
흔적은 마음에 새겨야 할 일입니다.
 
 
※ 본 글은 삼성엔지니어링 ‘꿈나무 푸른교실’의 ‘전문가 칼럼‘으로도 게재되었습니다. 
    글_나효우 사회적기업 ㈜착한여행 대표이사 / 사진_(사)환경교육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