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출장여행기(3)] “고목나무 아래 소년과 그네들의 선택"

[라오스출장여행기(3)] 고목나무 아래 소년, 그네들의 선택

 

 

세상이 멈춘 듯한 고목나무 아래 소년. 모처럼 쉬는 날 우리 일행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인근 폭포를 찾았다. 땡볕을 뚝뚝이로 30분 이상을 달려야 하지만, 마침 삐마이(새해축제기간. 가장 큰 명절로 축수를 뿌리는 풍습이 있음)여서 가는 길목마다 번개같이 나타나 양동이로 뿌려대는 물세례를 흠뻑 맞아야 했다. 우리는 물을 맞을 때마다 웃었다가 소리 질렀다가 피했다가 일부러 맞아주기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목적지에 다다랐다.


꽝시 폭포는 곳곳에 크고 작은 물줄기들이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곳이다. 옥빛 물빛에 담기는 커다란 나무 그림자는 세상 모든 근심을 잊게 할 지경이다. 휴일인지라 물줄기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복잡거렸다.



그 한 가운데로 세상이 멈춘 듯 오래된 나무그늘 아래, 무언가에 빠져 열중하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눈에 띠었다. 그저 그 장면을 바라보는 게 행복했던지라 한동안 물소리 배경으로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또 다른 나만의 세상에 잠시 젖어 있었다. 그리곤 소년이 갑자기 일어나 몇 걸음을 내딛었을 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삐져나왔다. 소년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핸드폰이었다. 소년에겐 손바닥 만한 금속과 플라스틱 세상이 또 얼마나 매혹적이었을까 생각하니 슬며시 동지애(?)까지 생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세상은 여러 모양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하나로 연결된다.




[그림2] 나무아래 소년. 루앙프라방에서 뚝뚝이로 30분 거리에 있는 꽝시 폭포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둘러싸인 세상과 상관없이 고목아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소년.




그들의 선택. 고목아래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 전 아마존 원주민들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의 일화가 생각났다. 원주민들이 청바지 차림에 노트북과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에 의아해하거나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채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어주길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 스스로는 그러고 싶다거나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아마존 원주민 방문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잠시 토론이 벌어졌다.

문득 '아마존 원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그들을 초청하는 일이 바람직한가?',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초청해 외부 문명을 경험하도록 하는 일이 바람직한가?' 이런 의뭉스러운 마음이 들었었고, 조심스럽게 내뱉은 질문이 토론으로 이어져 버렸다.

 

한참 토론이 이어지고 나서 나온 국제평화복지 전문가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그 역시 그들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들에게만 문명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욕심일 겁니다. 문명을 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닿았을 때,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 글, 사진, 그림 : 장미정_(사)환경교육센터 소장(seemjj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