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식사전1_ 공정여행] "히말라야의 선물과 착한 초콜릿"

"히말라야의 선물과 착한 초콜릿"

(관련 환경키워드 : 공정무역)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누구나 한번쯤은 동경해 보았을만한 히말라야, 게다가 선물이라니?! 

 

공정한 진짜 선물

 

‘히말라야의 선물’은 몇 해 전부터 한국에 유통되고 있는 원두커피로 공정무역에 의해 수입되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이다. 한잔의 여유를 끊지는 못하겠고 공정무역 커피를 찾아다니자니 힘들었던 환경주의자들에게 이 커피는 그야말로 더없이 큰 ‘선물’ 그 자체였다. ‘히말라야의 선물’ 이라는 이름에 숨은 뜻은 바로 여기에 있다.

 

커피는 오래전부터 플랜테이션 농업에 의해 재배되어온 작물이다. 즉 자본과 기술은 서양인이 제공하고, 원주민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단일경작 하는 기업경영의 대표적인 산물이라는 말이다. 커피를 재배하는 원주민들은 빈곤과 노동착취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를 주선해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공정무역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생산자가 누구이고,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물건을 만들고 있는지 인터넷이나 책자, 홍보물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세히 알려준다. 물건 값의 얼마가 생산자에게 지불되는지,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어떻게 책정되었는지 이해시켜준다.

 

이렇게 되니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생산자는 자기 제품을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만들게 되었다. 소비자는 생산자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적 관계를 맺게 됨으로써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력 착취나 불공정한 거래를 생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정무역 커피는 자유거래 가격의 2~3배 ‘공정한 가격’으로 들어오지만 소비자에게는 자유거래 커피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된다. 겉보기에는 그야말로 완벽한 거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않은 법.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이 거래에도 역시 검은 그림자는 존재한다.
 


공정무역이 원주민의 노동력을 오히려 불공정하게 착취하고 있다. 인도의 아이들은 학교를 가는 대신에 심한 노역에 시달리고 있다. (출처 : insight.co.kr)

 

 

공정무역은 공정한가? 

 

공정무역이 제법 알려지자, 맥도널드, 네슬레, 스타벅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공정무역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정한 거래를 원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라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한 기업들은 일부제품을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정무역 제품을 일부 사용하면서 공정한 거래를 하는 회사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2005년, 네슬레가 공정무역 제품의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여 공정무역마크를 주게 되자 우려의 목소리는 커졌다. 빈곤문제와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대안으로 공정무역이 시작되었는데 또다시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졌다. ‘공정무역은 과연 공정한가?’라는 본질적 물음이 다시 주어졌다.

 

“공정무역이 농가에 경제적으로 혜택을 준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해주는 데 이용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원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 생산을 접어두고, 소득을 올리기 위해 잘사는 사람들의 ‘기호품’을 생산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공정한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착한 소비자 되기

 

앞서 언급했듯 언제 어디서나 절대적으로 옳은, 완벽한 거래라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 할지도 모르겠다. 공정무역이 과연 공정한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하지만 거듭되는 질문 끝에 이 문제를 외면해버리거나 포기하지는 말자. 공정무역이 이전의 자유무역 방식에서 발생했던 빈곤문제와 불평등의 문제를 어느 정도 바로잡아 주었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길거리에는 어디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왔는지 알 길이 없는 수많은 초콜릿이 알록달록 포장되어 늘어서있다. 이 초콜릿들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재배는 아프리카 약 25만 명의 어린이들의 노동착취로 이루어졌고, 그 중 인신매매로 팔려온 아이들은 1만 2천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면 과연 이 초콜릿이 달콤하게 느껴질까?

 

인도 뭄바이에 사는 공정무역제품을 만드는 여성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변화요? 모든 것이 달라졌죠. 처음에는 굶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살길이 막막했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가장 좋았던 건 딸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거였어요."

 

‘착한 소비’는 말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동착취 없는 농민과의 직거래를 통해 들여온 카카오를 사용한 ‘착한 초콜릿’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착한 소비’가 가능하다. 소비자에게는 작은 변화일지 모르지만 생산자들은 마법과 같은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진짜 달콤한 초콜릿’을 경험하길 바란다. 



- 글 : 장미정, (사)환경교육센터 소장

* 인터넷미디어 "INSIGHT"에 기고된 글입니다(http://insight.co.kr/content.php?Idx=247&Code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