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 강화갯벌센터의 갯벌체험교육에 대한 장고

강화갯벌센터의 갯벌체험교육에 대한 장고(長考)


 

                                                                                                              강화갯벌센터 문인아

 

강화갯벌센터는 강화도 서남쪽 바닷가에 ‘여차리’라는 마을에 있습니다. 여차리는 한자어로 변두리란 뜻입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도로가 포장되지 않았던 강화에서도 오지였던 곳입니다. 발전이 더디게 된 덕분에 여차리 갯벌은 건강성과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썰물 때가 되면 육지의 지평선처럼 갯벌에 수평선이 생길 만큼 넓은 갯벌입니다. 봄에는 아지랑이가 어지럽고, 여름에는 칠게가 한가득입니다. 석양이 깃드는 가을의 갯벌은 황홀하고 얼음이 둥둥 떠 있는 겨울은 마치 북극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풍요로운 갯벌이 바라보이는 곳에 강화갯벌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작은 오솔길을 따라 경쾌한 새소리를 들으며 5분 정도 걸어가면 아담한 목조건물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갯벌친구, 강화갯벌센터! 찾아오시는 분들이 마음을 열고 갯벌과 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난감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호미를 들고 작은 바구니까지 챙긴 단단히 무장한 차림새와 조개를 캐고 게를 잡겠다는 기대로 잔뜩 들뜬 얼굴을 한 아이들을 위해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무슨 갯벌센터가 갯벌 안에도 못 들어가게 하느냐?” 저희 안내 선생님이 최대한 정중하게 “여차리 갯벌은 천연기념물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갯벌 안으로 들어가시거나 채취하실 수 없고 들어가시면 이런저런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설명을 하고 주변의 관람객들도 무슨 일인가 구경을 합니다. 설명을 다 듣고 나면 대부분 공감을 하시지만 때론 군청에 항의를 하시는 분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왕 오신 김에 들어와 보세요. 저희 선생님들 안내를 받으시면 갯벌에 들어가지 않고도 더 많이 알고 기억에 남으실 거예요.”라고 하면, 입장권을 끊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더 많고 나가실 때는 ‘감사합니다.’ 라는 한마디에 피곤함과 서운함이 씻겨 나갑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강화갯벌센터에 가면 당연히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저희 강화갯벌센터는 갯벌에 들어가는 교육프로그램이 아직은 없습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며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갯벌 보전을 위한 교육을 하면서 모순되는 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갯벌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무조건 잘못이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갯벌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큰 생물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많은 생명들이 보금자리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갯벌에 발자국을 찍는 것이 어떤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행위일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갯벌을 몸으로 느끼는 체험이 갯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장 진하게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갯벌체험교육을 하기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100명 이상 오는 학교 체험 학습, 누군가 들어가면 너도나도 들어가서 싹쓸이를 하는 극성스런 분들, 무분별한 체험을 제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현실의 벽, 갯벌체험교육을 해 줄 강사의 부족 등등의 문제 때문에 어떤 준비와 장치가 필요한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갯벌에 피해를 주지 않고 즐겁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갯벌체험 교육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강화갯벌센터의 갯벌교육은 갯벌생물들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가 갯벌, 갯벌생물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달아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잘 엮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해 갈 때 자연적이고 행복해 질 수 있는 조그만 씨앗을 가슴에 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던 어부들은 그랬습니다. 먹을 만큼, 필요한 만큼만 채취했고 어린 새끼들은 놓아 주었습니다. 갯벌은 어부들에게 먹을거리를 주었고, 어부들은 갯벌을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지혜를 잊지 않도록 풀무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갯벌을 알고 느낄 수 있는 갯벌 밖에서의 갯(GET+MUD)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올 겨울에는 ‘갯벌현장교육프로그램’, 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 지난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갯벌친구들이 따사로운 봄볕을 맞으러 나올 때 즈음엔 오랜 고민의 결실이 맺어 있기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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