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 1 - 수요일엔 아차산 가는 날~

수요일엔 아차산 가는 날~



구인숙/(사)환경교육센터 회원


고양환경운동연합 생태해설가


 


매주 수요일마다 나는 아차산에 간다. 벌써 6년째 여섯 살 아이들과 비와 눈이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아차산에 간다. 우리가 가는 아차산은 서울 광진구쪽이 아니고 구리시 아천동 아치울 마을 뒷동산이다. 이곳은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작은 전원마을이라 인적이 드물고 등산객들도 많지 않은 곳이다. 주택가 끝자락부터 시작되는 등산로는 산책로처럼 길게 이어져 여섯 살 아이들이 산책하듯이 쉽게 오를 수 있다.



이른 봄 나무와 풀들이 파릇파릇 새잎을 돋아내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작은 몸으로 호기심가득 산에 오른다. 산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얕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고 요즘엔 보기 드문 돌다리를 건너보는 호사도 누려본다.


신갈나무와 상수리나무, 산초나무, 생강나무, 아까시나무, 밤나무, 소나무, 떡갈나무, 누리장나무, 싸리나무, 국수나무, 진달래나무 등등이 우리를 반겨주는 나무들이다. 해마다 봄이면 잎보다 먼저 노란 꽃을 피우고 진한 향기로 우리를 유혹하는 생강나무, 어느 곤충도 그 향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듯 하다. 아이들도 생강나무 꽃향기에 “우와~”감탄을 쏟아낸다. 생강나무꽃에 이어 분홍색 진달래꽃이 우리를 유혹하면 아이들은 진달래화전으로 밋밋한 향기의 분홍꽃을 기억하기로 한다.


계곡물을 따라 생긴 웅덩이에 가보면 부지런한 산개구리와 도룡뇽이 낳은 알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곧 올챙이가 되어 한참동안 아이들을 반겨 준다.


5월이면 거위벌레가 상수리나무잎을 돌돌말아 떨어뜨린 알집들이 땅바닥을 뒤덮어 아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몇 걸음마다 보이는 온갖 애벌레들이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처음엔 애벌레를 보는 것조차 무서워하던 아이들이 나중엔 자벌레를 손바닥에 놓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용기를 뽐내기도 한다.


나뭇잎이나 나무줄기의 색깔로 감쪽같이 몸을 만든 애벌레들을 발견하며 자신을 대견해 하는 아이들...가끔씩 자연산? 야생 사슴벌레도 나타나 주니 아이들이 아차산에 오는 수요일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 계곡물에는 하루살이, 잠자리, 날도래 유충들과 옆새우들이 우글우글 많아서 이 또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낙엽 속에서 발견하는 옆새우는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아이들에게 쉽게 몸을 내어주지 않아 아이들의 속을 태운다. 옆새우는 정말 재빠르게 움직인다.


산초나무에서는 호랑나비애벌레가 산초잎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도토리거위벌레들이 떨어뜨린 도토리가지가 수북이 산길을 뒤덮으면 아이들은 떨어진 도토리의 껍질에 난 상처를 보고 정말 이속에 거위벌레알이 들어 있을까? 반신반의 한다.



들판의 곡식들이 익어가는 요즘엔 밤나무아래 떨어진 작은 토종밤들이 아이들의 걸음들 멈추게 한다. 미처 밤송이 속에 들어있는 채로 떨어진 밤을 보고는 본인들이 꺼낼 수 없으니 나쁜 밤이라고 내게 와서 이르는 귀여운 아이들. 집에 있는 가족들도 주겠다고 양손가득 주운 밤을 유치원에 와서 삶아 먹어보더니 꿀맛이란다. 작고 벌레 먹은 밤이 많지만 밤을 줍는 기분은 최고로 재미있단다.


내가 이런 개구쟁이들과 처음 만난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년이 다 되어 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자연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가 늘 나의 고민거리이다. 훗날 아이들에게 아차산에서 놀았던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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