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서평]-우쿠더스 사람들이 들려주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서른세 가지 약속




 


우쿠더스 사람들이 들려주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서른세 가지 약속


 



 



 

 



얼마 전, 새로 산 블루투스 이어폰이 며칠 만에 고장이 나서 결국 사용설명서를 꺼냈다. 하지만 사용설명서에는 간략한 정보와 팁들이 전부, 결국 AS센터에 전화를 해서 씩씩거리며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서였을까, 내 방에 돌아다니는 사용설명서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한 찰나, 라는 책을 발견했다.


 



당돌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지구를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하지만 첫인상은 책표지를 넘기자마자 뒤바뀌었다. 이 책은 우리 지구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별을 자신들의 실수로 더럽히고 결국 멸망시켜버린, ‘우쿠더스’ 별에서 온 이주자들을 위한 책이었던 것.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그들은 날마다 이 책을 성경처럼 읽으며,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왜 나만 몰랐을까. 어려운 전문서적 느낌이 들면 그들이 더 애먹을까봐 전자제품 설명서같이 친숙한 제목을 지었다는 설명을 읽고 나니, 그제야 이 책에 대한 오해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구로 이주한 이들을 위한 간략한 지구 소개와 함께, 지구사용수칙 서른세 가지를 담고 있다. ‘보잘것없는 우리한테 지구는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살 곳을 마련해 준 고마운 지구한테 우리도 약속합니다. 날마다 이 수칙들을 꼭 지키겠습니다.’라는 그들의 선언문과 함께 수칙들이 소개되고 있다. 다양한 수칙들도 신선했지만, 곁들여진 우쿠더스의 옛 모습들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나무를 자르고 건물들을 세워 민둥산이 되어버린 와우카산, 비싼 돈 주고 에크별산 물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우쿠더스 사람들, 살충제를 개발했더니 더 강력해져 돌아온 곤충들… 우쿠더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길을 내고 아파트를 짓느라 초록이 사라져버린 우리의 산들, 방사능에 구제역에 외국산 생수를 사마시는 우리의 모습들, 겨울까지도 살아서 우리를 괴롭히는 모기들까지, 우리 지구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쳤다. 멸망 500년 전의 모습도, 100년 전도, 10일 전도, 딱 지금의 지구와 닮아있다.  



우쿠더스 사람들은 우리 지구를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닐까? 자신들의 잘못과 비슷한 ‘치명적인 잘못’들을 저지르고 있는 지구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 아니면 자신들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고 이 책을 번역해서 우리에게 전해준 것일까? 아스러진 우쿠더스의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심난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과오로부터 나온 ‘자기별을 사랑하기’ 수칙들을 하나씩 읽다보니 조금 안도가 된다. 우리가 이것들만 잘 지킨다면,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우쿠더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이 예쁜 지구를 오래도록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니까. 매일 자기 전에 읽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우쿠더스 사람들처럼 책꽂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꽂아두고 잊을 법 할 때마다 꺼내봐야겠다. 우리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문득 우쿠더스 사람들이 쓰는 인사말이 떠오른다. 포마얌 우쿠더스(우쿠더스를 잊지 말자), 포마얌 어스(지구를 잊지 말자)!

 

원대한daehangun@naver.com /대학생

 

 

 


 

[지구사용설명서]

글 / 우쿠더스 지구이주대책위원회

옮김 / 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그림 / 김지민

출판사 / 한솔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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