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뇨의 포구」 풍경이 남게 되었다.
일본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의 토모 포구는 2008년도 대히트하였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벼랑 위의 포뇨」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사라질 뻔한 포뇨의 포구의 바다와 거리의 역사적 경관가치를 사법부가 인정하였다. 포뇨도 무척 기뻐할 것이다.
(崖の上のポニョ 가케노우에노 포뇨)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2004년 작 이후 4년 만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꼬마 물고기 '포뇨'(ポニョ)와 5살배기 소년 소스케와의 만남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는 2008년 여름 개봉되어 히트하였던 작품이다. 미야자키 감독이 몇 년 전 스튜디오 지브리의 사원들과 함께 토모포구로 우연히 여행을 갔다가 숙박한 곳이 ‘벼랑 위의 포뇨의에 배경이 된 집이었다. 포뇨의 제작을 앞에 두고 2005년 2월부터는 영화 제작을 위하여 약 2개월간 체류하기도 하였다. 그는 창가로 비춰지는 일출, 일몰하는 해를 매일 보면서, 바다가 가지각색의 표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가 토모포구에 가지 않았더라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은 포구 연안의 약 2헥타르를 매립하고 179미터의 다리 등을 정비하려는 사업이다. 교통정체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현과 시가 항구의 일부를 매립하고 다리를 세우려는 계획이었다. 히로시마현이 국토교통성에 토모포구의 매립 면허에 대한 신청이 계획에 대하여 반대파 주민들은 2007년 4월 현지 주민 163명이 원고가 되어 히로시마 지방법원에 면허의 임시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이 이루어졌다.
후쿠야마시는 2007년 5월 16일에 마지막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그해 5월 23일 히로시마현에 매립 면허 신청을 청원하였다. 히로시마현은 이 청원을 역사적인 문화재의 보호를 배려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2008년6월 국가에 인가신청을 하여 건설인가가 나오는 대로 공사에 착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보였다. 한편, 2008년 2월 29일에 히로시마 지방법원은 원고주민의 면허의 임시금지 주장을 각하했지만, 그 후 원고 중 63명에 대하여 법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경관이익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재판권을 인정 하였다.
1심판결은 2009년 10월 1일에 선고되었는데, 히로시마 지방재판소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여 매립금지결정을 판결 내렸다. 훌륭한 경치는「국민의 재산」이라는 의미에서 주민들의 소송을 인정해준 결과라고 생각된다. 역사적인 풍경을 지키기 위하여 대형 공공사업을 멈춘 판결은 일본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히로시마 지방재판소는 토모포구의 역사적, 문화적 경관가치를「국민의 재산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공익」으로 인정하고, 히로시마현과 후쿠야마시에 의한 포구의 매립과 가교의 건설을 금지하였다.
국민공유의 재산인 경관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서 경관법이 2004년 전면 시행되어 4년이 경과되었다. 우리나라도 2007년 경관법이 시행되었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준비에 나서고 있어 첫걸음을 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경관사업의 대상을 보면, ①가로환경의 정비 및 개선을 위한 사업, ②지역의 녹화와 관련된 사업, ③야간경관의 형성 및 정비를 위한 사업, ④지역의 역사·문화적 특성의 경관을 살리는 사업, ⑤농산어촌의 자연경관 및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⑥그 밖에 경관의 보전·관리 및 형성을 위한 사업으로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경관가치는 환경가치처럼 지표화나 수치화가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 것일지를 일률적으로는 정하기는 어렵다. 2008년 울산시도 ‘경관조례’를 제정하고 조례에 따라 기본경관계획 수립을 위해 용역을 의뢰한 상태이다.
경관의 가치와 이익에 관한 일본 내에서의 사법판단으로서는 도쿄도 쿠니타치시의 주민이 도시 경관을 지키려고 고층 맨션의 상층을 철거하도록 추구한 소송이 있었다. 대법원은 2006 년 3월 주민 측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러나「경관이익은 법적 보호할 가치가 있다」라는 판결도 일부 드러났던 사례이다. 히로시마 지방재판소의 판결이 보다 추상적인 역사적 경관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전국의 공공사업이나 마을조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 경관가치의 보전에 대한 문제제기는 세계적으로도 대두되고 있다. 그 한 가지 예로 세계유산에서 삭제된 엘베계곡의 사례에서도 명확히 볼 수 있다.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2009년 6월 25일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는 다리건설 문제로 흔들리고 있었던 독일 동부 드레스덴의「엘베(Elbe) 계곡」을 세계유산 리스트에서 삭제한다고 결정했다. 등록 말소는 72년의 세계유산조약 성립 이후 07년의 오만「아라비아 오릭스(oryx) 보호구」에 이어 두 번째가 되었다.
엘베계곡 유역 약 20킬로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2004년이다. 다음 해 2월, 시내의 정체 완화를 목적으로 이전부터 계획되고 있었던 다리 건설이 주민투표로 결정되면서, 세계유산위원회는「경관파괴」가 되었다고 경고하고, 2006년에 위기유산 리스트에 넣었다. 2008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등록 말소를 하지 않는 대신 터널안에 대한 검토를 권고하면서,「다리건설이 중지되지 않으면 2009년에 등록을 말소한다.」라고 제기하였다. 드레스덴 측에서는 가교 디자인의 대안 등을 제시하였지만, 경관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요구한 세계유산위원회 측의 요구를 채워주지 못하여 끝내 삭제되었다. 경관을 중시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미야자키 감독의 말처럼 공공사업으로 도시가 극적으로 발전한다고 하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많은 지자체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경관 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이용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주민이 주체가 되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경관법이 정하는 경관계획 수립에는 주민제안 제도가 있다. 이런 제도를 기회로 삼아 한걸음씩 진척시키고, 주민이 경관가치를 평가하고 활용법등을 제안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되었다. 지역주민이 자기 고장의 역사와 더불어 경관가치를 자랑할 수 있는 도시가 된다면 포뇨도 무척 기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