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서평]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자전거와 빨랫줄이 주는 희망

_ 존 라이언,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_ | 이상훈 역| 그물코| 2002.05.10 | 158p




요컨대 핵심은 취향과 습관이다. 고백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수십 만 명의 아이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하루에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수십 톤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도, 나는 음식을 남기는 습관을 쉽사리 고치지 못한다. 집에서는 늘 내 양보다 넘치게 반찬을 담아 밥상을 차리고, 음식점에서는 한 상 가득 음식을 주문한다. 풍성해 보이는 식탁에 대한 선호와 그것을 향한 나의 행동, 이것이 바로 취향과 습관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렇게 고약한 취향과 습관을 갖고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치울 때마다 내가 늘 놀란다는 사실이다. 이 많은 쓰레기가 어디서 다 나왔나 싶다. 심지어 우리 어머니는 쓰레기봉투를 여밀 때마다 말씀하신다.
“쓰레기 모이는 것처럼 돈이 모이면 이 세상에 가난한 사람 없겠네.”
그리고 덧붙인다.
“예전에는 버릴 것이 이리 많지 않았단 말이다.”


*자동차를 버려라

버릴 것이 늘어난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여기서 세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것들이 진짜 버릴 것일까. 진짜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버릴 것이 늘어나다 우리까지, 지구까지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의문들에 동감한다면, 환경학자이자 저술가인 존 라이언의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을 펼쳐보기 바란다. 여기서 존 라이언은 버려야 할 것 일곱 가지와 그 자리를 대신할 것 일곱 가지를 제안하며 습관을 고치라고 충고하고 있다.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자전거는 경제적이고 건강에도 좋다. 특히 자전거는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내쉬는 숨은 비를 산성화시키지도 않고 일산화탄소나 먼지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또한 자전거는 화석연료나 석유가 아닌 탄수화물을 연료로 사용한다.
- 존 라이언,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저자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일곱 가지 물건 중 첫 번째로 자전거를 꼽는다. 자전거는 지금까지 발명된 교통수단 중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현대인에게 운동을 하는 효과까지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자전거,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자전거를 선택한다는 것은 자동차를 버림(또는 포기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동차 중심으로 계획된 도시에서 자동차를 포기한다는 것은 속도 또는 빠름이라는 취향과 습관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이 고리가 속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대 사회에서 보다 빠른 속도는 보다 높은 효율성으로 이어지고, 보다 높은 효율성은 보다 많은 성과(성취)로 이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연쇄 반응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저자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에서 성과, 특히 자본주의적 성과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활동의 파괴성을 뒤집어 보면 지구에게 미치는 충격을 줄이면서도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다. 경제의 효율 면에서 미국인은 옛날에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에서 일하던 할머니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제 체제는 지구로부터 얻는 자원을 사용하는 과정이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우리가 환경에 미치는 엄청난 피해의 대부분은 사실 별 어려움 없이 줄일 수 있다. 농업, 공업, 교통 등 일상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지금까지 익숙한 방식보다 더 환경친화적이고 비용이 덜 드는 실현 가능한 대안들이 이미 소개되었다. 이처럼 도처에서 생태계가 파괴되는 와중에서도 우리의 경제가 환경에 주는 피해를 줄이면서도 더 잘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큰 희망을 준다.
- 존 라이언,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 빨랫줄이 주는 희망

저자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일곱 가지 불가사의한’ 네 번째 물건으로 빨랫줄을 제시한다. “빨랫줄은 만드는 데 재료가 적게 들고, 전기가 필요 없고, 연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전기나 가스를 이용해야 하”는 건조기에 비해 “태양과 바람만 있으면 저절로 빨래가 마르기 때문에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빨랫줄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기가 전혀 들지 않는 빨랫줄에 비해 건조기가 소비하는 전기량은 총 전기 소비량의 5%에 달한다. 이것은 빨래 건조기가 연간 전기 소비량의 5%에 달하는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빨랫줄이 인기를 잃어 사용자가 줄어들면 그만큼 환경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전형적인 미국의 4인 가족은 일주일에 6번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를 사용하는 데 연간 전기 소비량의 5%를 소비한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쓰는 여러 연료를 고려하면, 건조기는 평균 1년에 1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셈이다.
  - 존 라이언,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
뒷마당에서 시작되는 오래된 미래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는 절대반지가 나온다. 신기한 것은 소설 어디에도 절대반지가 악의 반지라거나 악의 근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독자는 절대반지가 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왜일까? 첫째는 절대성이라는 것 자체가 도전과 판단을 용인하지 않음에 따라 쉽게 오염되고 왜곡되기 쉽기 때문일 것이고, 둘째는 세상의 갖가지 선과 악 중에서 시종일관, 뿌리부터 잎사귀까지 모두 선하거나 악한 것은 없기 때문일 터이다. 즉 세상의 수많은 선과 악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오염이나 환경보전도 선악처럼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아닐까. 소박하고 간소한 밥상에서,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힘찬 다리에서, 형형색색의 빨래가 널려 펄럭이는 뒷마당에서 오래된 미래, 즉 환경보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나의 취향과 습관, 즉 과정이 결과를 뒤엎는,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위대한 시작은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 존 라이언은 다음과 같이 답하며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우리의 힘은 초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신이 손을 내밀어 야채가게에서 전통적인 채소 대신 유기농 채소를 집을 때 당신은 수백 마일 떨어진 경작지에서 뿌려대는 살충제를 막을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사려 깊게 행동하면, 즉 교외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에 차를 운전하여 가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웃에 있는 가게에 간다면, 당신은 나이지리아 또는 어느 산기슭에 유전을 파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지구를 살리는 지속 가능한 방식의 삶을 선택할 때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습관이다. 그러나 일단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기 시작하면, 새로운 실천은 쉽사리 제2의 천성, 즉 습관이 될 것이다.  
- 존 라이언,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 글: 오윤정 님(출판기획자, 환경교육센터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