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서평] 지구가 100센티미터의 공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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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지구가 100센티미터의 공이라면』


지은이 나가이 도모야, 기노 도리코 지음  | 김영주 옮김  
출판사 바다어린이(바다출판사)  


얼마나 커야 큰 걸까? 그리고 얼마나 작아야 작은 걸까? 어떤 대상이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지각의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대부분의 인간은 그 대상에게서 의미를 잃어버린다. 왜? 까닭은 순환하여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대상을 밀착하여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구가 병들어감도, 검은 대륙 아프리카 슬픈 어미의 품에서 어린 생명이 시들어감도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멀쩡한 일회용 컵을 하루에도 몇 개씩 바꾸어 사용하고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정갈한 음식을 죄책감 없이 버린다. 병든 지구의 신음소리와 가난한 이웃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까닭이다.
여기 경쾌하지만 날카로운 비수 같은 책이 있다. 이름하여 『지구가 100센티미터의 공이라면』. 지름이 12,756km인 지구를 지름 100cm의 공으로 만들어 우리 눈앞에 들이밀며 이 책은 말한다. 이래도 지구가 소중하지 않느냐고, 이래도 지구 위 모든 생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지구의 지름은 1만 2,756킬로미터입니다. 만일 이 지구를 지름 100센티미터의 작은 공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100센티미터는 1미터이니 엄마나 아빠 같은 어른 두 사람이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크기가 되지요."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태양과 수성, 금성 등 태양계를 거쳐 지구 안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면서 지구가 얼마나 우연히, 그러나 멋지게 만들어졌는지 노래한다.  

"지구에는 물도 있고 공기도 있습니다. 지구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된 것은 46억 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햇빛을 받아 이루어진 것입니다. 만일 지구가 태양과 좀더 가깝거나 또는 조금만 먼 곳에서 돌았다면 지금과 같은 지구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행성처럼 생물이 살 수 없는 별이 됐겠죠.
지구는 아주 좋은 조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별입니다."

시선은 다시 한 번 선회하여 인간으로 향한다.

"인간은 144만 종의 생물 중에서 단 하나의 종에 불과합니다. 144만 종 중에 동물은 109만 종, 식물은 35만 종입니다.
…(중략)…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은 전체 3퍼센트밖에 안 돼요. 단 한 종류의 생물인 인간이 지구를 변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144만 종 중에 단 하나의 종이며 가장 늦게 나타났다. 지구의 역사 45억 년을 일주일로 단축하면 인류가 얼마나 늦게 출현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구의 탄생을 월요일 오전 0시로 잡으면 수요일 정오 경에 생명이 탄생하고 일요일 오후 4시쯤에 공룡이 나타나며 일요일 밤 11시 57분이 돼서야 인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는 짧은 시간 안(약 3분이라는 상징적인 시간 안)에 인류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셀 수 없이 많은 석학들이 그들의 머릿수만큼의 원인을 내놓았다. 그리고 여기 주목할 만한 주장이 하나 더 있다.    

"지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지구는 점점 붐비는 곳이 되어가고 있어요. 세계의 인구는 62억 명이 넘었습니다.
…(중략)…
이렇게 큰 숫자를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이제부터는 지구를 딱 100명이 사는 마을로 상상해 보아요.
…(중략)…
지구마을에는 식량이 모자라지 않아요. 모든 사람에게 음식이 골고루 나누어진다면, 배고픈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지구마을 사람들은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 먹지 않아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음식이 남아돌고, 어떤 사람들은 굶주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60명의 사람들은 항상 굶주려 있으며, 이 가운데 26명은 너무 배가 고파 죽게 될지도 몰라요. 16명은 이따금 배가 고픈 정도이고요. 겨우 24명의 사람들만이 늘 배불리 먹을 수 있답니다."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데이비드 스미스, 푸른숲


지구가 혼란스러워진 것은 자신의 안위만을 소중하게 여기는 寬5湧?많기 때문이다. 지구마을 사람 100명 가운데 60명이 항상 굶주리고 26명이 배가 고파 죽을 지경에 처했는데도 지구마을 사람들은 음식을 나누어 먹지 않는다. 왜? 일부는 나눔의 미덕을 알지 못해서, 일부는 굶주리는 이웃이 존재함을 몰라서, 일부는 굶주림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 이유가 무엇이든 배불리 먹는 사람들에게 굶주리는 이웃과 굶주림은 감지할 수 있는 지각을 넘어선 대상이다. 그래서 배불리 먹는 사람들은 굶주리는 사람들의 고통을 밀착하여 느끼지 못한다.

미국의 한 환경단체가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제한구역을 두어서라도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단(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직업적 사냥꾼 집단이라고 한다. 숲 속에 숨어 조용히 사냥감을 기다리면서 야생동물의 생태를 지켜보다 보면 자신의 일부가 야생동물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사냥꾼들의 공통적인 대답이었다.

사실 우리는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잘 듣고 잘 냄새맡고 잘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잘 지켜보고 잘 듣고 잘 냄새맡다 보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되며 사랑하면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지각은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하지만 믿을 만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글: 오윤정 님(출판기획자, 환경교육센터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