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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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글이다. 저자는 한권의 책에 ‘풀꽃상’을 드린다면 에 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2002년 “환경운동 현장을 찾아서”라는 환경전문강좌를 기획, 진행한 적이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을 다해 진행했던 프로그램이라 사람도 프로그램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바쁜 직장인, 고시준비생, 수녀님, 신부님, 대학생, 사회문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주부들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이 모였고, 주말마다 동강, 새만금, 진도와 영광 등등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야기했다. 그 때의 교육동기생들은 후속모임으로 매월 한권의 환경관련 책을 읽고 나누는 ‘반박자’ 모임을 만들었고, 5년이 흐른 지금까지 모임의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년간 성실하게든 그렇지 않았든 어쨌든 환경책읽기를 매월 반복하게 되면서 생긴 꾀로, 우리 멤버들은 너무 어려운 책이나 너무 쉬워서 무게감이 덜할 책보다는 그 중간 어디쯤 적당히 읽히고 적당이 건조하며 적당히 재미있는 책을 원한다. 그렇게 소중하게 선택된 책들은 한달간 우리모임의 친구가 된다. 한동안 완독을 못하고 귀동냥을 많이 해온 터라, 이번 달에는 마음 다 잡고 책을 대했다. 반갑게도 이 책은 운동가로서의 세세한 고민들까지 녹아나는 현장성으로 적당히 무게감 있고, 짤막짤막한 단편구성과 재치 있는 글쓰기로 적당히 재미있고, 사회를 보는 운동가로서의 삐딱한?! 시선으로 적당히 건조한, 우리 모임에는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를 말씀하신 백범 김구의 이야기, 거위를 키우게 된 사연, 자동차와의 떠들썩한 이혼과 조용한 재혼 이야기, 네팔여성 찬드라의 이야기 등 재미있고 의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인상적인 두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새나 돌에게 상을 드리는 사람들 이야기 ‘풀꽃세상’이라는 단체가 매해 ‘풀꽃상’이라는 것을 주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인상적인 것은 그 ‘선정이유’였다. 선정이유를 통해, ‘풀꽃상’주기라는 운동의 내용을 재치있고 명확하게 전달해내고 있었다. 글쓰기가 갖는 운동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새-돌-풀-길-조개-꽃-지렁이’에 이은 수상자는 자연물이 아닌 ‘자전거’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 선정이유는 이러하다.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공간을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더러 방귀를 뀌는 개인적인 사정 외에는 대기를 오염시킬 일이 전혀 없고, 정기적인 대인대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운동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날 염려가 거의 없는, 인류가 만든 공산품 중에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입니다. 달리다가 문득 한 발은 페달에 한 발은 대지에 굳건히 딛고 서서 지나가는 이웃에게 “밥 먹었니?”하고 물을 수 있는 자전거는 사람과 사람을 정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합니다. ‘풀꽃세상’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자주 자전거를 타기 바라는 마음에서 제8회 풀꽃상을 ‘자전거’에게 드립니다." (달려라 냇물아, 151쪽) 광화문사거리에 모여 CO2 감축을 위한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하는 것 이상으로, 이 상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래된 미래’는 라다크에도 없었다 2002년 초창기‘반박자’모임이 탄탄하게 조직되는데 큰 몫을 한 책 중의 하나는 감명 깊게 나누고 비디오까지 챙겨보았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 오래된 미래”이다. 이 책에는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라다크에서 작은 운동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는 헬레나 호지의 소식이 있었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 방문했을 때 찾아보지 못한 게 못내 서운했는데, 반가운 마음에 그녀의 근황을 접하게 된 것이다. 현지에서는 그녀의 운동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인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녀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도 말하고 있듯이 라다크는 그녀의 애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가 바라는 만큼, 라다크 사회가 그들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라다크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라다크에는 금세기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민족들이 겪고 있는 산업화로의 변화, 이른바 ‘지속불가능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중이었다.”(달려라 냇물아, 180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과 함께 마을로 들어오는 많은 관광객들의 세탁물을 모아 마을에게 멀리 떨어진 자연 비눗물 웅덩이에서 빨래를 해온다든지, 물끓이는 사업이라든지 하는 작은 일에 전력을 다하는 등의 내용은 오히려 그녀의 진정성과 깊은 성찰에 대한 신뢰를 보내게 한다. 그 곳에 오는 사람들이 먼저 들르게 된다는 ‘에콜로지 센터(라다크 생태적 발전센터)’에서는 우리가 반박자 모임에서 보았던 그 비디오가 상영된다고 하니 그 또한 사람들에게 훌륭한 메시지가 되어 주리라. 센터 개원 때 방문한 달라이라마의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헬레나의 노력, 특히 현대산업문명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그녀의 대안적 노력에 감탄한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과 자연이 제공해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노력한 헬레나의 열정과 센터의 개원을 축하한다”. 헬레나는 방한 기자회견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웃과의 좋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자연과의 친밀한 접촉에서만 가능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녀의 활동이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한 논쟁보다는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와 열정이 우리 젊은 활동가들이 주목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인종주의, 여성차별은 극복하면서도 왜 자연으로부터의 우월의식을 못 버리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깊어간다. * 환경책읽기 회원소모임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환경교육센터 홍미정 간사(02-735-8677, hongmj@kfem.or.kr)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글 : 장미정(환경교육센터 사무국장, 환경책읽기 반박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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