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어린이초청환경캠프] 둘째날_ 마을탐사여행스케치
이튿날. . .
옆 동의 게르(몽골식텐트)에서 시끌벅적 아이들의 부산한 움직임소리~
새벽 6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부지런한 아이들은 벌써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나보다.
웬일인가 싶어 옆 동으로 가보니 세수까지 마친 아이들이 해맑은 얼굴로 내게 안부를 물어온다.
선생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따듯하게 잘 잤니?
네~~~
씩씩한 목소리, 하루라는 시간 안에 아이들은 벌써 마음을 열고 내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낸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느낌이 이렇게 아이들 마음처럼만 순박하게 전해져 올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대화가 통하는 곳이 되어 있었을 텐데. . .
생뚱맞은 생각을 하며 미소 짖는 아이들에게 나 역시도 미소를 보내고 부지런히 어제 밤 코피를 흘렸던 녀석의 방으로 가보니 아직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나를 맞는다.
선생님, 저 괞챦아요~
어찌나 반가운지. . .
그래, 어서 세수하고 이따가 만나자~
가벼운 마음으로 안데르센 홀로 들어서니 진행 팀은 일치감치 오늘의 명상을 위해 돗자리를 너르게 펴고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나도 홀 앞에 흩어진 눈이나 쓸어볼까. . .행여나 아이들 미끄러질까 염려되어 밤새 쌓인 눈을 치우려는데 저쪽에서 아이들이 무리지어 나타나 벅적거리는 소리~ 아이들이 왔구나, 눈을 들어 앞쪽을 바라보는데 정말 순식간에 한 아이가 수영장의 설 얼은 얼음위로 올라서고 퐁당 빠지는가 싶더니만, 무릎정도의 물을 아래로 두고 벌떡 일어선다.
비자루도 팽개치고 한달음에 달려가니 이미 온 몸이 젖은 상태. . .에고~ 얼음위로 올라서지 마라 그렇게 일렀건만. . . 속으로 안타까웠지만 입으로 내뱉으면 혹여라도 맘 상할까 조심스러 말을 삼가고, 얼른 손을 잡아끌어 숙소로 데리고 가 옷부터 벗기고, 따듯한 물로 머리를 감기고 샤워를 시킨 후 여벌로 가져온 옷을 갈아입히고 나니, 그제서야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도 싶다.
여유를 찾기는 나나 아이나 마찬가지. . .일을 수습하고 빨리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내가 젖은 옷을 빨아 너는 동안, 아이는 기특하게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흠뻑 젖은 신발도 말린다.
한편 홀에서는. . .
아이들이 제법 의젓하게 명상수련에 빠져들고 있었던 듯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아이와 함께 들어 섰을 땐 이미, 3분의 2는 진행이 되어버린 상태. . .그래도 아이를 나머지 명상시간에 함께 참여하도록 하고 지켜보고 있자니 열심히 잘 따라한다.
에휴~ 다행이다~!
놀라긴 했겠지만 그래도 아이에게는 어쩌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사건. . .다행히 아이들이 놀리는 분위기가 아니다보니 행여 라도 소심해질까 염려했던 기우는 자연스럽게 물러나고, 이래저래 오전 조반시간 이전의 프로그램은 끝이 났다.
밥 먹기 전에 손을 씻고. . .맛나게 아침을 먹고. . .다시 양치질. . .오전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일정과 경비를 예산하고, 각 조별로 내려진 미션을 시간 안에 수행하면 되는데 천연세수비누 만들기, 액자 만들기, 각자 조별의 이름과 연관된 것들 찾아보기, 재활용품 찾아보기, 움직이는 동물 찾아보기, 팀별로 각자 세운 예산에 맞춰 점심과 간식 먹기, 다녀온 곳 지도로 만들기 등을 하면 된다.
뭔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여 일은 진행시킨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인듯, 모두들 약간은 들뜨고 흥분해서는 눈으로 덮힌 남이섬을 이 잡듯 뒤지며 미션수행을 하기위해 열을 올린다.
아이들의 부산함을 쫒아 다니며 사진촬영을 하다 보니, 환경교실을 잘 못 찾아 제 2의 환경교실로 찾아갔다 헤매고 다시 돌아온 팀, 우리에 갇혀 있지 않은 타조를 만나 등까지 쓰다듬으며 즐거운 팀, 천연비누 만들기가 마냥 즐거운 팀, 가방을 잃어버려 웬 종일 가방 찾느라 부산한 팀, 짜임새 있는 계획으로 차근차근 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해 내는 팀 등, 각자 모습은 달랐지만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의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저녁 먹을 시간이 거의 다 될 즈음, 미션을 수행하던 팀들이 드디어 임무를 완수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모임장소에 속속 도착한다. 이제 저녁을 먹고 오늘 활동한 내용들을 가지고 발표도 하고, 촬영해 온 사진들을 가지고 지도 만들기를 하고나면 남이섬에서의 숙박은 오늘로서 마무리가 될 것이다.
약간은 섭섭한 마음, 아이들도 그러한지 더 있다 가면 안 되느냐는 질문들을 해온다. 섭섭하니? 우리 다음에 또 만나면 좋겠다, 그치?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그들이 어떤 마음인지를 잘 알기에 그저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다.
드디어 오후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어제의 발표가 긴장으로 시작한 발표라면 오늘의 발표는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발표라는 느낌이 든다. 적극적인 모습, 당당해진 목소리, 짜임새 있는 구성, 아이들의 발전이 정말 놀라울 정도다.
아이들은 오늘 활동한 사진을 가지고 미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일기 형식이나 뉴우스를 진행하는 방식 등을 택하여 발표에 임했는데, 형식은 모방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충실하고 느낌의 전달이 좋아, 바라보고 있자니 흐뭇할 따름이다.
모두들 잘 했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던 팀 하나, 아이들과의 친화력이 유난히 돋보이던 봄이네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발표가 끝나자 미션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느꼈던 심정을 짧은 편지로 전해 오신다.
“뚱샘의 일기”
오늘 봄이네 친구들과 함께 환경 여행을 떠났다.
봄이네 친구들은 처음엔 들뜬 기분 반, 걱정 반, 그렇게 환경 여행은 시작되었다.
봄이네 친구들 스스로 잘 할 수 있을지 속으로 많이 걱정했지만 똘똘 뭉쳐 하나 하나 척척 해나가는 친구들을 볼 때 괜한 걱정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액자만들기, 동물사진찍기, 눈사람만들기, 천연비누만들기, 점심시간, 모듬미션 등등. . .
중간에 미션 가방을 잃어버려 우왕좌왕 하긴했어도 매번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늘밤이 지나고 내일이면 헤어져야 한다니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은근슬쩍 뻬면서 은근히 열심히 하는 종인이,
우리 봄이네 모듬의 모듬짱으로 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미담이,
항상 뭐든지 열심히 퀴즈도 잘 맞추는 요셉이,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항상 끝까지 깨끗하게 먹는 수진이,
투덜투덜 거리지만 항상 웃는 모습으로 특히 카메라가 다가오면 의젓해지는 현민이,
가방 잃어버렸다고 미션끝에 나를 구박하긴 했지만 가장 먼저 내게 다가온 성우,
무슨 활동을 할 때마다 제가 할께요 솔선수범을 보이는 유림이,
깜찍한 모습으로 은근슬쩍 다가와 손을 잡아주던 주이,
우리 봄이네 막내 도깨비 대들보 명호.
이들이 있어서 이번 환경 캠프에 온게 너무나 행복한 나를 보면서 미소를 보여주는 멋진 친구들아, 오늘 마지막 밤엔 신나게 놀아보자꾸나!!!
사랑한다, 봄이네 친구들~!
짧은 편지 속에 담긴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편지는 봄이네 선생님께서 쓰셨지만 모든 모듬의 선생님들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 하다.아~! 이래서 난 환경연합 선생님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노력하고, 열정을 다하고. .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진심을 다해서 한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소박하고 착한 아이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시는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마음, 그 마음이 비록 짧은 시간 만나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이렇듯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닐지. . .